전 세계 금융질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달러를 둘러싼 많은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개발하며 결제 주권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 정책은 달러의 ‘무기화’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달러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킹 달러(The Past and Future of the World’s Dominant Currency)》의 저자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폴 블루스틴(Paul Blustein)은 이런 격동의 흐름 속에서도 “달러는 여전히 강력한 기축통화이며, 그 지위는 단기간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 요약
- 달러의 지배력은 단순한 경제 규모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깊이와 법치 기반의 제도 신뢰에서 기인한다
- 유로화와 위안화는 잠재력은 갖췄지만,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달러를 대체하기엔 미흡하다
-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통제 가능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법치 훼손이 달러의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1|달러의 지위는 ‘경제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
폴 블루스틴은 달러의 패권을 단순히 미국의 경제력이나 군사력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는 “달러는 글로벌 금융의 기본 언어로 기능한다”고 말하며, 그 배경에 있는 두 가지 구조적 강점을 강조합니다. 첫째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둘째는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금융시장입니다.
미국의 자본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열려 있으며, 자산 매수와 매도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유동성을 제공합니다. 특히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신뢰받는 채권시장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변화나 정치적 이슈로는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기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유로화와 위안화, 대안인가 보완재인가
달러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유로화는 일정 부분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거대한 경제 규모, 독립적인 중앙은행(ECB), 그리고 법치 기반의 제도 신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유로화가 달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블루스틴의 판단입니다.
그는 유럽이 공동채 발행을 통해 유로화 기반의 단일 채권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독일과 같은 재정 건전국이 남유럽 국가들과의 부채 공동 책임을 꺼리는 정치적 한계를 지적합니다. 프랑스 국채금리의 최근 급등은 이러한 신뢰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위안화 역시 국제통화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3국 간 결제에서 사용 비중은 미미하며, 자본통제와 정책 불투명성 문제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3|달러의 무기화는 지속 가능할까
미국은 달러 시스템을 활용해 특정 국가를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집행해왔고, 이는 달러의 패권이 군사력 외에도 외교 수단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며 ‘탈달러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블루스틴은 이 움직임이 달러의 지배력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국제 결제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선 여전히 달러 네트워크와 연결되어야 하며, 기존의 글로벌 금융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재 회피 수단으로 일부 결제 시스템이 개발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4|CBDC, mBridge, 스테이블코인… 진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각국이 실험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나 mBridge 같은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시스템,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등은 모두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로 거론됩니다. 그러나 블루스틴은 이들 모두가 “정치적 상징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통화 패권의 전환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는 바하마의 ‘샌드달러’와 중국·나이지리아의 CBDC 사례를 인용하며, 실제 활용률이 매우 낮고, 거래자 입장에서 특별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기 국채를 담보로 한 디지털 자산으로, 자금세탁이나 제재 회피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있으며, 동시에 미국이 이를 추적 가능한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블루스틴이 주목하는 기술은 오히려 BIS가 실험 중인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s)’입니다. 이는 상업은행의 예금을 블록체인 상에서 디지털 자산 형태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금융 규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는 이 방식이 미국 내에서 도입된다면, 달러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5|달러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내부’
블루스틴은 기술적 변화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위협으로 미국의 법치주의와 제도 신뢰의 약화를 꼽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 이사 해임을 시도한 사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 외국인 채권자에 대한 과세 시사 등은 모두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그는 “달러는 단순히 미국이라는 국가의 화폐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의 상징”이라며, 법치주의가 흔들릴 경우 달러의 가치도 함께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달러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통화가 아니라, 미국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6|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극화를 지향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블루스틴이 달러 패권의 지속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미국의 번영은 달러 패권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여러 통화가 공존하는 다극화된 국제통화 질서가 오히려 세계 경제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자본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법치 체계를 확립한다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중요한 것은 달러의 지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고 투명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달러 패권이 단기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없나요?
- 현재 달러의 지위는 자본시장 규모와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기간의 정치적 이슈나 기술 변화로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다른 통화가 대체하기 어려운 시스템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없나요?
- 유럽연합은 경제 규모와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시장 통합 미비와 정치적 분열로 인해 유로화는 아직까지 달러의 실질적인 대체 통화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 중국의 CBDC나 mBridge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디지털 위안화와 mBridge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시도이지만, 실제 사용률과 신뢰성 측면에서 제한적입니다. 현재로서는 기술적 상징성을 가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 미국의 법치가 흔들리면 정말 달러에 영향이 있나요?
- 달러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미국의 제도적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글로벌 통화입니다. 연준의 독립성 약화나 법치 훼손은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달러의 구조적 지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시대에 주목해야 할 대안 기술은 무엇인가요?
- BIS가 실험 중인 ‘토큰화된 예금’은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하도록 설계된 모델로,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치며|달러는 견고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에 있습니다. 유로화, 위안화, 디지털 화폐 등 다양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아직은 달러가 가진 시스템 기반의 우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루스틴이 지적했듯, 그 패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미국 내부의 법치가 흔들릴 경우 그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다극화된 통화 질서를 위한 논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 중심에 어떤 통화가 있든, 중요한 것은 신뢰와 제도, 그리고 책임감 있는 운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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