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정리: UST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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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처럼 쓰려고 보관한 코인이 어느 날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잠깐 가격이 흔들린 것인지, 돌려받을 자산 자체가 부족해진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집니다. 2022년 5월 테라USD(TerraUSD, UST)와 루나(LUNA)의 붕괴는 이 차이를 보여 준 사건입니다.
핵심은 UST를 줄이려고 발행한 루나가 함께 무너졌다는 데 있습니다. UST를 내놓는 사람이 늘수록 루나 공급이 늘었고, 루나 가격이 떨어질수록 같은 UST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루나가 필요해졌습니다. 가격을 회복하려던 장치가 대규모 이탈 때는 붕괴를 키웠습니다.출처 1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Can Stablecoins Be Stable?
UST와 루나의 교환 구조는 어떻게 작동했나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 같은 기준 자산의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한 암호화폐입니다. 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페깅(Pegging),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디페그(Depeg)라고 부릅니다. UST는 은행에 보관한 달러를 돌려주는 대신, 루나와의 교환으로 가격을 맞추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출처 2테라, About the Terra Protocol
당시 구조에서는 UST 1개를 없애고 1달러어치 루나를 새로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UST가 1달러보다 싸지면 이를 사서 루나로 바꾸는 차익거래(Arbitrage)를 기대한 것입니다. 반대로 UST가 1달러보다 비싸면 루나를 없애고 UST를 발행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었습니다.출처 2테라, About the Terra Protocol
교환 비용을 빼고, 루나가 개당 10달러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UST 1개를 바꾸면 루나 0.1개가 필요하지만, 루나가 1달러로 떨어지면 1개, 0.1달러로 떨어지면 10개가 필요합니다. 같은 1달러어치를 만들더라도 루나 가격이 낮아질수록 발행 수량은 늘어납니다.
여기서 ‘1달러어치 루나를 받는다’와 ‘현금 1달러를 돌려받는다’는 서로 다릅니다. 받은 루나를 시장에서 팔 수 있어야 교환이 끝나며, 그동안 루나 가격도 움직입니다. UST와 루나를 함께 팔려는 사람이 몰리면 가격 회복을 기대한 교환 구조도 버티기 어려워집니다.출처 1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Can Stablecoins Be Stable?
2022년 5월 UST 디페그와 루나 붕괴 타임라인
UST 붕괴를 이해하려면 첫 가격 이탈과 그 뒤의 연쇄 반응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시작한 가격 이탈에 예치금 인출과 매도가 겹쳤고, UST를 줄이려던 루나 발행도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 2022년 5월 7일: 탈중앙화 거래소 커브(Curve)의 연속적인 거래에서 UST 가격이 1달러를 벗어났습니다.
- 2022년 5월 7~9일: UST 예치에 쓰이던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습니다.출처 3점프 크립토, The Depegging of UST
- 2022년 5월 8~12일: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una Foundation Guard)는 준비자산을 투입해 UST 가격 방어를 시도했지만, 1달러 연동을 지키지 못했습니다.출처 4루나 파운데이션 가드, UST 가격 방어 관련 거래 보고서
- 2022년 5월 12일 무렵: UST를 없애는 과정에서 루나가 급격히 발행됐고, 루나 가격도 붕괴했습니다. UST와 루나가 서로의 하락을 키우는 상황이 됐습니다.출처 1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Can Stablecoins Be Stable?
- 2022년 5월 28일: 별도의 새 테라 체인이 출범했습니다. 기존 루나는 루나 클래식(LUNC), 기존 UST는 USTC로 구분됐습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가격을 맞추는 프로그램이 멈췄다’고 이해하면 원인을 놓치기 쉽습니다. 교환 장치가 작동하더라도 새로 발행한 루나를 받아 줄 수요가 부족하면 가격을 지탱할 수 없었습니다. 코드를 실행하는 능력과 시장에서 자산 가치를 유지하는 능력은 별개였습니다.
새 루나 LUNA와 루나 클래식 LUNC의 차이
과거 글이나 거래 화면에서 ‘루나’를 봤다면 어느 체인의 자산인지부터 구분하면 됩니다. 붕괴 당시의 기존 체인은 테라 클래식(Terra Classic)으로 남았고, 그 체인의 루나가 LUNC입니다. 새 체인의 루나는 같은 LUNA 기호를 사용하지만 별도의 자산입니다.
새 테라 체인은 기존 UST를 포함한 자체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제거하고 출발했습니다. 새 LUNA가 생겼다는 사실이 기존 UST의 달러 상환을 복구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옛 지갑 사용법이나 거래 기록을 읽을 때도 당시의 LUNA와 새 체인의 LUNA를 같은 자산으로 이어 읽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출처 5테라, dApp Migration Guide
법정화폐 담보형과 합성 스테이블코인의 차이
UST 이후의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할 때는 이름보다 무엇으로 가치를 뒷받침하는지 구분하면 쉽습니다. 법정화폐 담보형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상환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유에스디코인(USD Coin, USDC)은 이 구조를 사용하며, 준비자산에는 은행 예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이 포함됩니다.출처 6서클, Transparency & Stability
다만 거래소에서 코인을 파는 것과 발행사에 달러 상환을 신청하는 것은 다른 절차입니다. USDC도 발행사에 직접 상환하려면 계정과 자격 등 약관상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준비금이 있다는 설명과 내가 곧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나눠 읽어야 합니다.출처 7서클, USDC Terms
에테나(Ethena)의 USDe는 합성 달러(Synthetic Dollar)입니다. 암호화폐 자산과 그 가격 하락 때 이익을 내는 선물 매도 포지션 등을 결합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UST처럼 자체 연계 토큰을 발행해 교환하는 구조와 구분되며, 현재 준비자산 운용에는 대출과 토큰화 자산 등도 포함됩니다.출처 8에테나, Ethena Overview
가격 변동을 줄이는 전략이 손실 가능성까지 없애지는 않습니다. USDe도 시장 가격이 1달러를 벗어나거나 준비자산 가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합성 달러의 작동 방식은 기존 글 「에테나와 USDe 스테이블코인이란?」에서, 법정화폐 담보형의 별도 사례는 「트루USD(TUSD)란 무엇이며 안전한 스테이블 코인일까요?」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출처 9에테나, USDe Terms and Conditions
테라·루나 사태가 남긴 기준은 분명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라는 목표 가격보다, 돌려받을 자산과 그 자산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합니다.